[이즈츠카] 케이크 조각 for 이브님
*모든 게 이상해요
[이즈츠카] 케이크 조각
케이크버스AU
‘예비 살인마라 불리고 싶지 않았다.’
‘경멸 받는 시선 같은 건 받고 싶지 않았다.’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포크’라는 사실을 숨겨왔다. 맛을 느낄 수 있는 척. 평범한 사람인 척. 케이크인 걸 알게 되어도 케이크인 걸 모르는 척. 내 모든 게 사라지지 않게 노력해왔다.
하지만 내 노력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케이크’인 네 등장으로 모든 게 위험해졌다.
‘세나 선배?’
‘세나 선배!’
‘ㅇ, 이즈미 선배! 좋아합니다!’
거절해야만 했다, 너와 내 앞에 놓인 비극을 피하기 위해서. 머리로는 그 사실을 매우 잘 알았지만 ‘나도 좋아해, 카사 군.’ 같은 돌이킬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행복해하는 네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아니, 세뇌했다.
‘해왔던 것처럼 하면 비극은 일어날 리 없어.’
‘난 평범한 사람이야, 포크 같은 게 아니야.’
“세나 선배, 괜찮으신가요?”
“괜찮으니까 저리 가. 더워.”
연습을 끝낸 후 지쳐 앉아있는 이즈미 옆에 츠카사가 앉았다. 평소보다 지쳐 보이는 모습에 츠카사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거기 물 좀.”
“Water요? 아아, 여기 있습니다.”
츠카사는 이즈미에게 물병을 건네고선 본인의 물병을 집었다. 액체를 넘기던 츠카사는 이상함을 느꼈다. 평소 마시던 이온음료의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이 들고 있는 물병과 이즈미가 들고 있는 물병을 번갈아 보던 츠카사가 낭패라는 듯 이즈미를 바라보았다.
“...... 고맙다.”
“네......?”
“물 말이야.”
“아, 네......”
‘오늘따라 달달한 향이 더한데. 미치겠군.’
예상과 다르게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츠카사는 잠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신종 괴롭힘인가? 혼란스러운 츠카사를 뒤로 한 채 이즈미는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아! 진짜 water였나? 이온 음료라면 향이라도 있었을 테니까.’
츠카사는 진짜 자신의 물병을 열었다.
‘이온 음료......’
의심 한 조각
“세나 선배!”
“왜.”
통학하는 기특한 연인을 데려다준 후 돌려가려던 길 그 연인이 이즈미를 붙잡았다.
순식간이었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츠카사가 입술을 맞춰왔다.
스스로 포크에게 뛰어든 케이크를 포크가 놓칠 리 없다. 케이크의 달달한 향은 물론 입안 가득 느껴지는 달달한 맛에 인상을 쓰면서도 행복함을 느꼈다. 나도 모르게 원하게 된다. 더, 더 깊게. 더 많이.
점점 숨쉬기가 힘들어진 츠카사가 이즈미를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느껴본 맛에 이즈미는 쉽사리 떨어질 수가 없었다.
“세나, 선배?”
츠카사가 이즈미의 등을 때려서 겨우 이성을 잡을 수 있었다. 떨어진 입술은 이미 부어 있는 것 같았다. 츠카사는 입술을 만지며 뚱한 얼굴로 이즈미를 보았다.
“이건 너무합니다! 제가 그렇게,”
이즈미와 눈이 마주친 순간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불타오르는 눈빛. 저건 색욕이 아니다. 저 눈빛은 도대체......
“젠장, 카사 군 미안.”
이즈미가 뒤돌아 뛰어가버렸다. 이즈미는 사라진지 오래였지만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다.
“식욕......”
다이어트 중 디저트를 봤을 때에 비해 비교도 안 될 만큼 강렬한 눈빛이었지만 어렴풋이 그때 자신의 눈빛과 본질은 같다고 느껴졌다.
의심 두 조각
“히얏!”
츠카사는 어느 때처럼 악보를 정리하던 도중 종이에 베였다. 종이에 베인 거라 조금 따끔거리고, 핏방울만 조금 보일 정도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나 선배?”
이즈미가 츠카사의 손가락을 입속에 담았다. 얼핏 보인 이즈미의 눈동자는 며칠 전과 똑같았다. 설마 저 눈동자 속에 담긴 게 식욕일까. 하지만 어째서? 왜 선배는 내게 식욕을 느끼고 있는 거지?
의심 세 조각
가끔 자신을 식욕으로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본다.
음식 맛이 이상하게 변해도 아무 반응이 없다.
키스와 피를 좋아하는 것 같다.
아, 마지막은 제가 ‘cake’여서 그런 것이겠죠.
며칠 동안 이즈미를 관찰한 결과 알 수 있었다. 그가 왜 그랬던 것인지.
깨닫게 된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혹시 지금 제 house로 와주실 수 있나요?
“하아? 지금 시간을 보라고. 갈 수 있을 리가 없잖아.”
“Fork와 cake를 아시나요?”
“뭐? 그야 당연히...... 갑자기 그건 왜?”
“아무래도 제가 cake인 것 같습니다. fork가......”
전화가 끊겼다. 사용인에게 세나 선배가 오면 제 방으로 데리고 와달라고 부탁했다. 츠카사는 서랍에서 단도를 꺼냈다. 반사된 빛에 더 날카로워 보였다.
“카사 군!”
“세나 선배 오셨나요?”
츠카사가 웃으며 이즈미를 맞았다. 그런 츠카사를 한번 본 후 숨을 고르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자신과 츠카사 둘뿐이다.
‘젠장! 어쩐지 다들 평화로워 보이더니!’
“그런데 아까, 아까는 무슨 이야기야?”
“Fork는 세나 선배시지 않습니까.”
츠카사가 이즈미에게 손짓했다. 이즈미는 지금 상황에 놓아지려는 정신을 애써 잡으며 츠카사에게 다가갔다.
“본인이 fork인 것을 숨길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세나 선배는 제 고백을 받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잠깐, 카사 군? 지금 내가 고백을 받은 이유가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난 그런 이유 때문에 받은 게 아냐.”
“그럼?”
“당연히 카사 군을 좋아하니까 받은 거지!”
이즈미답지 않게 볼이 붉어졌다. 츠카사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됐습니다.”
츠카사가 단도를 꺼내들었다. 당황한 이즈미가 막기도 전에 자신의 팔을 벴다. 베인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이즈미는 풍겨지는 향에 점점 아득해져왔다.
“괜찮습니다.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츠카사가 이즈미를 끌어당겼다.
“당신이 앞으로도 계속 곁에 있어준다면 이 정도쯤은 그냥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다른 cake에게 가지 마시고 제 옆에 있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