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귀환

[윤종조걸] 조각글 두개

여여열 2023. 2. 19. 17:48

1.

현대AU

 

한국의 추석을 생각하며 쓴 글입니다. 

이해 부탁드려요.


"선배 여기 계셨어요?"

"응? 걸이구나."


저 여기 앉아도 되죠? 윤종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윤종의 옆에 풀석 앉은 조걸은 실실 웃었다. 웃는 낯에서 근데 이미 앉았어요라고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 표정을 읽어낸 윤종이 단호히 입을 열었다. 


"걸아, 일어나라. 네가 앉으니 벤치가 무너질 것 같구나."

"네?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냥 제가 옆에 앉는 게 싫은 거죠?"


조걸은 윤종의 말에 맞받아친 후 벤치를 꽉 잡았다. 여기서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듯이.


"그렇다면 내가 일어나야겠구나. 조금이라도 무게를 덜어줘야 하니."

"아이참, 왜 그래요!" 


이번에는 금방이라도 몸을 일으키려는 것처럼 구는 윤종을 끌어당겼다. 처음부터 힘을 주지 않았던 몸은 금세 제자리를 찾았다. 도로 제 옆에 돌아온 윤종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저 지금 놀리는 거죠?"

 "진심이었는데?"


윤종의 얼굴은 진심이라는 듯이 단호했다. 으음. 잠시 생각하던 조걸은 금방 생각을 정리했다. 어차피 그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더 알아봐야 좋을 것도 없고. 


"그건 이제 됐고, 선배, 이번 명절 때 어디 안 가요?"

"응. 가족도 따로 없으니."

"전에 돌봐주시는 분들 있다고 했잖아요."

"아. 그분들은 이번에 일이 있으시다고 했어."

"그럼 혼자네요?"

"그렇긴 하다만……."


왜 네가 기뻐하고 있는 것이냐? 윤종의 미심쩍은 표정을 보며 조걸이 더 활짝 웃었다. 그야 저도 어디 안 가니까요.


"그러냐. 근데 그게 무슨 상관이 있는지 여전히 모르겠는데."


윤종은 무심히 답하며 몸을 일으켰다.진짜 모르는 거예요? 다급히 멀어지려는 윤종의 옷소매를 잡으며 조걸도 따라 몸을 일으켰다.


"놀자는 거잖아요, 같이! 아니, 왜 몇 번을 말해도 모르지. 공부 잘하는 거 다 거짓말 아니, 악!"

"꼭 매를 버는구나."


아무튼 저 한 대 맞았으니까 꼭 나오는 거예요! 한 시까지! 한 대 맞아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조걸이 소리쳤다. 구경하는 눈동자들이 슬금슬금 둘에게 몰려들었다. 그걸 느낀 윤종은 걸음을 조금 더 빨리하였다. 조걸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멀어지는 윤종을 향해 한층 더 목소리를 키웠다. 꼭이에요!


*


"선배! 윤종 선배!"


여기예요! 어디부터 갈까요? 윤종은 제 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학교에서 본 모습이 깔끔함만 챙겼다면 지금은 단정함까지 챙긴 모습이었다. 오늘 만나기 위해 신경 썼다는 걸 보여주는 옷차림이었다. 낯설지만 윤종에게 있어서는 꼭 낯설지만은 않은 모습이었다. 


"생각해둔 곳이 있어서 부른 거 아니었냐?"

"아! 그렇긴 한데, 선배는 혹시 가고 싶은 곳 있나 싶었죠."


능청스레 웃으며 윤종의 두 어깨를 뒤에서 밀었다. 억센 힘으로 밀어대는 통에 하루가 가기도 전에 힘이 빠질 것 같았다. 남몰래 한숨을 쉰 윤종이 나지막이 말했다. 어디 안 갈 테니 이것 좀 놔봐라.


"정말이죠? 생각해둔 곳이 없다고 하면 가버리시는 거 아니죠?"

"방금 네 입으로……. 하. 그래, 이 녀석아. 이것 좀 놓고 옆으로 와라. 어디 끌려가는 것도 아니고 내 발로 갈 테니."


어깨에 주었던 힘을 슬그머니 풀고서 윤종의 옆에 다가왔다. 확실한 윤종의 대답을 들어놓고서도 뭐가 불안한지 힘은 아까보다 빠졌어도 표정은 아까와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어?"


조걸은 화들짝 놀라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어어……."

 

상황 파악이 덜 된 표정은 웃겼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윤종과 윤종의 손과 맞잡은 제 손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조걸이 입을 열려고 하자 윤종이 가로챘다.


"이거면 되겠지? 설마 여기서 더 욕심을."

"아니, 아니요!"

"오늘만이야. 오늘은 길거리에 사람이 많으니 크게 신경 안 쓸 거다."

"넵!" 

 

윤종을 따라 걷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2.

빼빼로데이 단문

현대au 

설정, 말투 날조 가득


결국 사버렸다.
윤종은 제 앞에 놓여있는 빼빼로를 바라보았다. 아몬드 빼빼로. 전에 흘러가듯 들었던 이름이었다.  정작 아몬드 빼빼로를 좋아한다고 말하던 그때에는 신경 쓰지 않았는데 왜 꼭 보면 생각이 나는지. 그냥 지나치려고 했는데 자꾸 눈에 밟혔다. 
이걸 좋아한다던 그 목소리가 귓가에서 아른거렸고, 말하며 웃던 그 얼굴이 선했다. 하지만 거기에 따라 떠오르는 표정도 있었다.  머쓱해하던 그 표정. 전부 저 때문에 지은 표정이었다.

"걸아, 미안하지만 난……. 너를."

"아니에요! 저도 알아요! 아는데 한 거예요! 오히려 제가 더 죄송하죠! 선배는 미안해하실 필요 없어요, 제가 더 미안하니까."


연신 미안하다고 하며 멋쩍게 웃는 낯을 보며 윤종은 아무 말도 해주지 못했다. 거기서 무슨 말이든 더 해준다는 게 기만이겠지만, 그래도 그렇게까지 아무 말도 안 해줄 필요는 없었는데. 뒤늦게 자책을 느꼈지만, 이미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은 채 꽤 흘렀고, 이제와서 먼저 연락하기 애매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막상 사놓고 보니 고민이 되었다. 이제와서 무슨 염치로.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막상 만나면 무슨 말도 못 해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생각이 났고,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그러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저 피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단지 이 변화가 두렵다는 이유로. 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도 제대로 모른 채 말이다.


윤종은 크게 숨을 들이쉬고 핸드폰을 켰다.
어장……처럼 보이려나. 하긴 질책해도 할 말이 없는 행동이었다, 지금 제 행동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못하는 건…….너무 늦게 알아버렸지만, 고작 이 작은 선물 하나로 완전히 풀어주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달라질지도 몰랐다. 늦어버렸지만 지금이라도 조금이라도 마음을 바꿔놔야 했다. 완전히 놓지 못하게.


익숙한 번호를 한 자 한 자 꾹꾹 눌렀다. 금세 익숙한 이름이 화면에 떴다.


"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