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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스타/츠카른

[레오츠카] 여우

여여열 2018. 9. 1. 00:18

 

 

[레오츠카] 여우

 

“정말 요괴일까?”

 

츠카사는 이불을 걷어내고 일어났다. 아직 쌀쌀한 날씨였지만 더 이상 이불 속에 있기는 싫었다. 분명 나갔다 온다고 하면 집안사람들이 말릴 테니 창문으로 뛰어내리겠다고 마음먹은 츠카사가 창문 밑을 보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이미 사용인들이 있었기에 츠카사는 머리를 싸매며 다시 이불 위에 앉았다.

며칠 전 몰래 나갔다 온 이후로 몸상태가 악화되자 감시가 심해졌다. 전에는 외출하더라도 병이 악화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아예 나가지도 못하게 막았다. 하지만 필사적으로 막을수록 츠카사는 더더욱 나가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때 보았던 여우를 다시 보고 싶었다. 아니, 여우 요괴라고 해야 할까?

 

 

츠카사는 원래부터 몸이 안 좋았던 건 아니었다. 어느 순간 병을 얻은 후, 병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아이를 보고 부모님은 결국 그를 시골에 맡기기로 결정하였다. 그 선택으로 츠카사는 점점 건강한 모습을 되찾아가는 것 같았다.

몸의 증세가 좋아지며 츠카사는 외출하고 싶다는 속마음을 내비쳤고 짧게 하는 산책 정도는 허락받을 수 있었다. 평소처럼 산책하던 도중에 우연히 쓰러져 있는 여우를 발견하고 츠카사는 조심히 안아 근처 동굴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동굴에 츠카사는 자신이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여우에게 덮어주었고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아무리 곧 봄이 된다지만 아직 츠카사에게는 추운 날씨였다. ‘제가 너무 미련한 걸까요.’ 츠카사가 추위에 몸이 점점 떨리고 정신이 몽롱해질 때쯤 누군가 자신은 껴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거 네가 준거야? 고마워!”

 

츠카사는 눈을 떠 제대로 상대를 보려고 했지만 소년인 것 같다는 것만 인지할 뿐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한가지 더 보였던 건 뒤에서 살랑거리고 있던 꼬리로 보이는 것이었다. 그 후로 눈을 떴을 때는 자신의 방이었다. 츠카사는 어떻게 여기로 올 수 있었던 건지 알 수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입고 나갔던 가디건을 찾아봤지만 없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만나고 싶었다. 그 알 수 없는 생물을. 하지만 추위 속에 옷을 얇게 입은 게 문제였는지 감기에 걸리며 다시 몸 상태가 악화되어 나갈 수가 없었고, 몸이 괜찮아졌다고 생각하는 지금도 위험하다며 못 나가게 막힌 상황이 되어버렸다.

 

 

혼자서 사용인들을 따돌릴 능력이 없다. 역시 날이 풀릴 때까지 기다려야하나. 츠카사는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이 정도로 감시하는 것을 보니 자신의 상태가 많이 악화되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나가면 정말 뒤집어지겠지. 츠카사는 그들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았기에 그냥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만약 그것이 정말 요괴라면 다시는 내 눈앞에 안 나타나겠지.

 

“잘 거야?”

“네.”

 

?, 츠카사는 벌떡 일어나 창문을 보았다. 그곳에는 언제 왔는지 모르는 한 소년이 창틀에 앉아있었다.

 

“왜 그래?”

“여, 여기 어떻게…… 무단침, !”

 

츠카사가 소리 지르려던 걸 빠르게 앞으로 다가온 소년이 손바닥으로 츠카사의 입을 덮어 막어버렸다. 츠카사는 입이 막힌 채 그 소년을 보았다. 주황빛 머리카락에 녹안 그리고 살랑이는... 꼬리……? 

 

“웁, !!”

“조용히 한다고 약속할 거야? 사람들 오면 곤란하다고~?”

 

츠카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거림을 보고 소년은 막고 있던 손을 내렸다.

 

“당신은 누구시길래 여기에... 것보다 밖에 사용인들이 있었을 텐데요?!”

“들어오기야 쉽지~.”

“네? 도대체 당신은…….”

“기억 안 나는 거야?”

 

소년은 가디건을 들어 흔들어 보였다.

 

... 설마 그때 그 여우인가요?”

“응! 돌려주려고!”

 

츠카사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그 여우가 정말로…….

 

 

“레오 씨, 오늘도 여기서 자고 가실 건가요?”

“흐응, 어쩔까? 근데 질문의 의미가 있는 거야?”

 

츠카사는 눈을 잔뜩 반짝이며 레오를 바라보고 있지만 이미 츠카사의 손은 레오의 옷을 꼬옥 쥐고 있었다.

 

“대답부터 해주세요.”

“자고 갈 거야.”

“다행이에요. 거절하면 꼬리를 잡으려고 했거든요.”

“스오…….”

 

환하게 웃고 있는 츠카사였지만 속에는 날카로운 미소를 숨기고 있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레오는 순순히 그가 원하는 답을 했다. 정말 꼬리를 잡아당길 수 있는 츠카사였고, 한 번 당한 기억이 있기에 또 당하고 싶지 않았다. 레오는 그때의 기억에 꼬리가 부르르 떨렸다.

 

레오가 다시 츠카사를 찾아온 그날부터 레오는 줄곧 츠카사를 다시 찾아왔다. 요괴라는 생각에 잠시 주춤이던 츠카사도 레오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렸다. 둘이 같이 간식거리를 먹기도 하고, 산책을 나가기도 하고, 산책 허가를 받지 못하면 레오가 츠카사를 데리고 몰래 외출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나날이 발전하던 관계는 잠을 자고 가는 사이까지 되었다. 레오가 푹신해 잠이 잘 온다며 레오를 끌어안고 잤던 이후로 츠카사는 레오에게 자고 갈 생각이 없냐며 그를 붙잡았다.

 

“스오, 잘 자.”

“레오 씨도 안녕히 주무세요.”

 

츠카사는 레오를 껴안고 금세 잠이 들었다. 요괴라 해도 꽤나 따뜻한 온도를 갖고 있다는 게 다행이었다.

레오는 잠이 안 오기에 츠카사 얼굴이나 구경하기로 마음먹었다. 항상 보던 얼굴이지만 자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기에 레오가 좋아하는 모습 중 하나이다. 레오는 츠카사의 볼을 살살 쓰다듬었다. 부드럽던 볼이 까칠해졌고, 살이 붙어있었던 볼살은 사라져있었다.

 

‘역시 얼마 안 남은 걸까나. 그럼 나는 뭘 해야 하지?’

 

레오는 츠카사의 약이 전에 비해 많이 늘어났다는 걸 알고 있다. 상태가 많이 악화되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츠카사가 남몰래 피를 토해낼 때 레오는 츠카사의 옆에 있고 싶었다. 하지만 츠카사가 싫어할 거라는 생각에 한 번도 옆에 있어줄 수 없었다. 항상 레오 앞에서 멀쩡한 모습만 보이려 하는 츠카사니까 레오는 그것을 지켜주자 생각했다. 레오가 조심히 츠카사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냥 스오가 나와 같은 요괴이면 좋을 텐데.’

 

 

“레오 씨, 이제 안 찾아오셔도 돼요.”

“응?”

 

레오는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츠카사는 그저 미소만 짓고 있을 뿐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왜?”

“저 이제 돌아가요. 원래 살던 곳으로.”

“거짓말.”

“정말이에요. 그러니 이제 오지 않으셔도 돼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동안 츠카사는 훨씬 더 야윈 모습이었다. 아직 완치되지도 않았는데 돌아갈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스오는 거짓말을 하고 있어.”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스오, 아직 몸이…….”

“돌아가세요.”

 

츠카사의 표정이 사라져갔다. 하지만 이대로 돌아갈 수 없었다. 츠카사를 두고 가고 싶지 않았다. 분명 스오는 안 좋은 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날 보내는 거야.

 

“난 갈 수 없어.”

“왜죠? 제가 원하지 않는데도요?”

“……”

 

단호한 표정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레오를 찔렀다.

 

“일단 오늘은 돌아갈게. 내일 봐, 스오.”

 

 

그 후에 츠카사는 창문도 방문도 잠갔지만 레오는 쉽게 열고 들어왔다. 처음에 화를 내던 츠카사는 포기하고 그냥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 레오가 옆에서 무엇을 하든 츠카사는 필사적으로 그를 외면했다. 그런 츠카사가 레오를 볼 때는 레오가 잠시 잠에 들었을 때뿐이었다. 어느새 조용해진 주위에 고개를 돌려 잠든 레오의 얼굴만 빤히 바라보기만 하였다.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려버렸지만 츠카사는 그 모습 하나하나가 자신도 모르게 마음에 박혔다.

 

츠카사의 무시에도 레오는 항상 찾아왔다. 어느 날은 꽃을, 어느 날은 간식을 가져오기도 했다. 그 외에도 그는 츠카사가 좋아할 만한 글, 그림 뭐든 가리지 않고 가져왔다.

 

“왜 제게 잘해주시는 건가요? 전 레오 씨를 무시하는데?”

“스오가 좋으니까.”

“정말 바보인가요? 이러시면... 제가 계속 미련을, 갖게 되잖아요……. 전 이제…….”

“그러라고 이러는 거야. 스오가 미련을 갖고 계속... 있어주면 좋겠어. 나는 아직…….”

 

처음으로 츠카사는 레오에게, 레오는 츠카사에게 눈물을 보였다. 오랜만에 안긴 레오의 품이 따뜻했다.

 

 

어느새 봄이 다가왔지만 일어나지도 못하는 츠카사를 위해 레오는 옆에서 책을 읽어주고 그림을 보여주고 곡을 들려주었다. 자신이 쓴 곡이라며 자랑스레 보여주는 레오의 모습은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츠카사는 아무 말 않고 그저 눈을 감고 있었다. 약한 숨소리가 들렸다.

 

“스오, 자는 거야? 그럼 나는 이만 갈게.”

“……”

“스오?”

“레오 씨…….”

“응? 왜 그래?”

“오늘 밤에 벚꽃 보러 가요.”

“……”

“부탁이에요.”

 

부탁이란 말을 끝으로 레오의 옷자락을 놔준 츠카사는 금세 잠들었다. 레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레오는 츠카사를 품에 안고서 벚나무에 기댔다. 츠카사는 만족하는지 주위를 계속해서 둘러보고 있었다.

 

“아름답네요.”

“……”

“레오 씨.”

“……”

“저 요즘에는 약을 안 먹습니다. 아마 다들 소용이 없다는 걸 알고 있어서겠죠.”

“……”

“잠시 좋아 보였던 것뿐. 레오 씨의 탓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가디건 덕분에 레오 씨와 이렇게 이어왔는걸요. 전 후회하지 않습니다.”

 

츠카사는 레오의 품에 완전히 기대고서 떨어지는 벚꽃을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어렴풋이 눈치챈 그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레오 씨는 분명 제가 억지로 떠밀면 찾아오지 않았겠죠. 하지만 저도 레오 씨가 좋아서 더 밀어낼 수 없었습니다. 그저 레오 씨가 먼저 지쳐 안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하면 레오 씨가 지칠 거라 생각했습니다만 제가 어리석었네요. 차라리 그 시간에 더 많은 걸 할걸.”

“……”

 

츠카사를 안는 힘이 더 강해졌다. 츠카사는 그런 레오의 팔을 감쌌다.

 

“좋아합니다. 가기 전에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오자고 한 겁니다.”

“ㄴ...”

“네?”

“나도 스오 좋아해, 아니, 많이 사랑해.”

 

레오의 목소리가 형편없이 갈라져 있었다. 츠카사가 웃음을 터트렸다.

 

“울면 더 못생겨집니다.”

“그건 내가 스오에게 할 말인걸.”

 

츠카사는 몸을 돌려 레오를 보았다. 레오의 눈가는 이미 빨개져있었다. 손을 들어 눈가를 살살 쓸었다.

 

“전 아직 안 울었습니다.”

“스오 거짓말쟁이.”

 

레오는 손을 들어 맺힌 눈물을 닦아내주었다.

레오의 몸이 츠카사에게 기울어졌다. 츠카사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조심스럽게 두 입술이 맞닿았다.

 

“다시 올 거지?”

“네, 당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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