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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스타/츠카른

[리츠카사] 꽃놀이

여여열 2022. 9. 10. 21:24

“스쨩, 나 봐봐.”

머리에 무언가 톡 씌워졌다. 츠카사는 의문이 가득한 눈동자로 리츠를 바라보았다. 리츠는 대답 대신 손을 들어 화관을 들어 보여주었다. 의문이 해결된 츠카사는 리츠 손에 들린 화관을 가져가 리츠 머리에 씌워주었다. 하얗고 분홍색 꽃이 가득했던 화관은 리츠의 검은색 머리카락에도 잘 어울렸다. 

“잘 어울립니다.”
“스쨩도 잘 어울려. 역시 잘 산 것 같네.”
“갑자기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사러 가셨던 건가요?”
“응, 스쨩에게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거든.”

리츠는 츠카사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 화관 때문에 조금 불편했지만 꿋꿋하게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불편함을 이겨내고 졸기 시작했다.
해가 하늘 높이 떠있었다. 그늘 밑이라지만 햇빛은 약하게 둘을 비추고 있었다. 평소라면 리츠가 활동할 시간은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어린 연인이 꼭 꽃놀이라는 것을 가보고 싶다고 조르기에 어쩔 수 없이 승낙했던 리츠였다. 처음에는 꽃이라면 학교 내에도 있다며 거절했었지만 시무룩한 표정을 보고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리츠 선배, 정말 잠드신 건 아니죠?”

츠카사는 리츠의 볼을 꾹꾹 눌렀다. 리츠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지만 눈은 절대 뜨지 않았다. 심술이 난 츠카사는 계속해서 리츠의 볼을 괴롭혔다. 하얀 볼을 쭈욱 늘리기도 하고, 다시 꾹 누르기도 하며 장난감을 가지고 놀듯이 만졌다. 처음엔 심술이었지만 점점 재밌어진 츠카사는 이젠 양손으로 리츠의 볼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어차피 안 일어나는 리츠인데 조금 더 그래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
“재밌어?”

정신을 차리니 츠카사는 리츠 밑에 깔려 있는 상태였다. 졸음이 가득하지만 날카로운 붉은색 눈동자가 자신을 내려보고 있었다. 츠카사는 당황해하며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리츠가 누르고 있는 탓에 일어날 수 없었다. 리츠의 어깨를 밀어보기도 했지만 리츠는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형아를 괴롭히면 안 되지.”
“놀러 와서 잠만 자는 리츠 선배가 나쁜 겁니다. 나쁜 사람은 괴롭혀도 괜찮습니다.”

꽤나 단호한 표정이다. 리츠가 손을 들자 츠카사가 움찔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곧 느껴지는 볼에서의 감촉에 살며시 눈을 떴다. 리츠는 여전히 무표정한 표정이었지만 츠카사의 볼을 쓰다듬는 손길은 다정했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볼을 만졌다고 시위라도 하시려는 건가요?
“응.”

간결한 대답에 츠카사는 할 말을 잃었다. 별다른 표정 변화는 없었지만 츠카사는 지금 리츠가 재밌어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리츠를 알게 되어 연인이 된지는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츠카사는 그동안 무표정인 리츠에게서 여러 표정들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기뻐하고 있구나, 지금은 슬퍼하고 있구나. 처음엔 그의 표정일 읽지 못해 당황할 때도 많았지만 점차 그의 표정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표정 변화가 그대로 드러날 때가 편하긴 해도 이렇게 읽어내는 것도 꽤나 소소한 재미였다. 츠카사는 살포시 웃었다. 

“스쨩은 괴롭힘당하는 게 좋은 거야?”
“Never,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이제 충분히 괴롭히셨으면 나와주세요. 여기가 아무리 인적이 드문 곳이라도 혹시 모릅니다.”
“흐응……”

리츠의 말에 츠카사는 금세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그중 툭 튀어나온 입술이 유독 붉어 보였다. 
홀린 듯이 리츠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츠카사는 가까워지는 거리에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한마디라도 하면 입술이 닿을 것 같았다. 츠카사는 눈을 꾹 감았다. 리츠의 어깨를 붙잡고 있는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

리츠는 츠카사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떨고 있는 연인을 보니 도저히 닿을 수가 없었다. 리츠 선배?, 하고 조심스럽게 부르는 목소리에 리츠는 고개를 들었다. 

“다음엔 정말 안 놔줄 거야.”

츠카사는 리츠를 바라보았다. 불만 가득한 표정. 츠카사는 아직 떨리는 손이지만 리츠의 양볼을 감싸고는 끌어당겼다. 
쪽, 짧은 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입술이 닿았다가 떨어졌다. 놀라는 표정. 손의 떨림도 심해졌고, 아마 리츠에게 들릴 정도로 심장도 쿵쿵 시끄럽게 뛰고 있었다.
쪽, 다시 입술이 닿았다. 행복한 표정. 표정을 읽지 않아도 보였다. 츠카사는 살며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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