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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츠카] 물의 신 X 불의 요정 ver.2 上
“절대 물의 영역에는 들어가면 절대 안 돼! 들어가더라도 신의 눈에 띄어서는 안 돼! 그전에 도망쳐야 해!”
제가 만들어진 후부터 지겹도록 들은 말입니다. 저희 종족과 불의 종족은 사이가 별로 좋지 않습니다. 괜히 저처럼 약한 것과 마주치면 안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게다가 물의 신이라는 분은 성격도 안 좋으시다니까.
하지만......
“핫! 오신다!”
어느 때처럼 중간지역 벚나무 밑에서 놀고 있던 츠카사는 어렴풋이 느껴지는 물의 기운에 크기를 줄이고선 나무 위로 올라가 숨었다.
역시나 츠카사가 기다리던 세나가 벚나무 밑으로 와서 앉았다.
‘역시 오늘도 멋지시네요!’
반짝이는 눈으로 세나를 바라보았다. 세나는 무언가를 읽고 있었다. 항상 벚나무에 기대 자기만 했었던 세나지만 오늘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기에 츠카사는 호기심이 생겼다. 지금 읽고 있는 게 무엇일까.
제대로 보이지 않는 글씨에 츠카사의 고운 미간이 찌푸려졌다.
‘흐음...... 조금 더 숙이면 저기로 떨어지겠죠?’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츠카사가 다시 제대로 앉았다. 세나와 마찬가지로 나무에 기댄 츠카사가 눈을 감았다. 옅은 물의 향과 기운이 자신을 감쌌다.
‘지금 당장은 무리더라도 나중엔 두 종족 간 사이가 좋아지겠죠? 그럼 저에게도 기회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둘이 함께 있는 미래를 상상하면 츠카사가 혼자 미소를 띠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세나는 읽고 있던 걸 챙겨서 일어났다. 돌아가는 뒷모습까지 빠지지 않고 바라보던 츠카사는 세나가 갑자기 뒤돌아 보길래 꽃잎 사이로 몸을 숨겼다.
‘설마 걸린 건 아니겠죠?’
다시 멀어지는 기운에 츠카사는 고개를 내밀었다. 어느새 세나가 보이지 않게 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번 더 주위를 둘러본 츠카사는 없다는 걸 확신한 후에야 원래 몸 크기로 되돌려 세나가 아까까지 기대 있었던 곳에 자신의 몸을 기댔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당신과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
‘오신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나무 밑에서 기다리던 츠카사는 물의 기운을 느끼고는 꽃잎 사이
로 숨었다.
역시나 나무 밑에 기댄 세나는 이번엔 달달한 음식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먹지 않고 옆에 둔 상태로 눈을 감아 츠카사는 의문을 품었다. 왜 안 드시는 거죠? 아! 일어나서 드시려고?
조용하다. 세나는 항상 그랬듯이 조용히 잠든다. 어제처럼 종이 소리라도 들리면 덜 심심할 텐데. 우으, 하루 그랬던 거지만 저에게 꽤 컸나 봐요.
그때 저 멀리서 다른 물의 기운이 느껴져 츠카사는 긴장했다. 자신의 기운을 숨기긴 했지만 혹시 모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즈미씨!”
“으음? 유우 군?!”
“여기서 잠들어있으면, 으앗, 잠시만 이것 좀!”
세나가 ‘유우군’이라 불리는 사람을 끌어안았다. ‘유우군’은 그런 세나를 밀어내며 벗어났다.
“유우 군이 날 무슨 일로,”
“평소라면 안 오겠지만 오늘은 일이 생겨서 가봐야 해요.”
“단호한 유우 군도 좋아.”
이내 세나는 유우키를 따라 일어나려다 옆에 있는 간식에 위를 올려보았다. 동생이 왔다는 생각에 잊고 있었는데......
“위에 뭐가 있는 거예요?”
“있었는데 사라졌어.”
분명 유우 군이 온 지 얼마 안 돼서 사라졌는데…… 설마?
“아무튼 얼른 가야 해요!”
자신을 이끄는 유우키의 목소리에 세나는 잠시 기다리라며 종이를 꺼내 간식 위에 올려두었다. 그 후로 잠시 고민하더니 옅게 보호막을 쳐놓았다. 누가 건드리면 쉽게 깨질 그런 보호막이지만 상하지 않게 해줄 테니 괜찮다.
“그건?”
“가자고~”
유우키가 궁금증을 보이자 이번엔 세나가 유우키를 끌었다.
-
츠카사는 아까 본 장면에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 장면을 본 순간 츠카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도망쳐왔다.
‘유우 군’이라 불리는 사람이 와서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세나의 얼굴을 보았다. 듣기로는 세나는 매우 예민하고 경계심이 심하다고 들었는데 그런 표정에 포옹이라니.
“애초에 전 안 되는 거였군요, 그 사람과......”
쉽게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도 안 했다. 말 한마디 제대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얼굴 한번 제대로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츠카사는 슬픔이 컸다. 지금 상황에서는 기대할 수 있는 건 없기에 마음을 비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상상과 현실은 달랐다.
아니, 전 왜 한 번도 그런 사람 곁에 누군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안 해봤을까요.
츠카사의 마음은 무너져내렸다. 하지만 츠카사는 다시 쌓아 올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부서진 마음을 끌어안고 울었다.
-
세나는 어느 때처럼 벚나무에 도착했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 안 온 건가?”
나무 밑엔 어제 두고 간 간식이 그대로 있었다. 아직 안 왔다고 판단한 세나는 어쩔까 고민하다 그냥 나무 밑에 기댔다. 나무 밑에서 올려다본 나무는 아름다웠다. 하지만 항상 봐왔던 작은 몸은 없다.
‘진짜 오해한 건 아니겠지? 앞에서 오해받을 행동은 하면 안 됐는데!’
길게 한숨을 내쉰 세나는 기다렸다. 그가 오기까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평소에 돌아갈 시간이 되어도 그는 오지 않았다. 본인도 슬슬 돌아가야 할 시간이기에 느릿하게 일어났다. 하지만 바로 돌아가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역시나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리 본인이 숨긴다 한들 신인 자신을 속일 수는 없다. 역시 오늘은 무리인 걸까나.
떼지지 않는 발걸음은 겨우 끌어 돌아갔다. 내일은 꼭 이야기해야지.
하지만 그 다음날에도 그는 오지 않았다. 세 번째 날에도 네 번째 날에도 그는 오지 않았다. 세나는 점점 초조해져갔다. 이러다 영영 못 만나는 건 아닐지. 전이라면 불의 영역에 그냥 들어가도 되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안 된다. 역시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어야 하나. 세나는 불의 신을 떠올렸다가 고개를 저었다.
“역시 그건 싫어.”
하지만 곧바로 생각나는 그의 얼굴에 세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한숨을 내뱉은 세나는 돌아가려다 들고 왔었던 간식을 들었다. 아무리 보호막을 쳤더라도 이 정도면 맛이 변했을 거다. 돌아가는 길, 세나는 계속해서 미련을 가지고 뒤돌아봤다.
그렇게 세나가 간식을 들고 돌아간 다음날 츠카사는 다시 벚나무를 찾아왔다. 아무리 털어내려 해도 세나가 계속 생각이 났다.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한 번만 얼굴 보고 다 정리해야지. 츠카사는 나무를 올려보았다. 오늘이 정말 끝이라는 생각에 츠카사는 다시 눈물이 터졌다. 정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세나를 많이 좋아하게 됐구나.
“잡았다.”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츠카사는 고개를 들었다. 눈물 때문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이내 따스한 손길이 자신의 눈가를 닦아주었다.
“왜 울고 있는 거야?”
분명 아무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고, 올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츠카사는 멍하니 자신의 눈물을 닦아주는 세나를 보았다. 츠카사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따스한 손길을 뿌리치고 도망갈 수가 없었다. 자신이 원하던 손길이니까.
“드디어 전해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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